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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 10일코스 후기 (2)

명상센터에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정원이 넘 예쁘고 건물도 여러 채 있다는 점에 놀랐다.

도착해서 신청서 작성하고 귀중품 맡기고 방배정 받고 정신이 없었다. 

 

숙소는 딱 예상했던 대로.

예전 고시원 건물이라는 후기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복도를 중심으로 방이 쭉 있고 복도 중간에 공용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칸이 나눠져 있고 그 안에 샤워기와 변기가 함께 있다. 3~4명씩 배정받은 칸만 이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문이 쾅쾅 세게 닫힌다는 것.

특히 숙소에서 명상하는 시간과 밤9시 이후에는 조심히 닫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모든 시간대에 조심히 열고 닫으면 더 좋다.)

 

솔직하게 말하면 3일차 까지는 집에 돌아갈까 생각한 적이 있다.

여러 후기에서도 읽었고, 고엔카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3일차까지 원래 위기가 오는 것 같다.

열심히 명상하지도 못했다.

일단 너무 졸렸다..ㅎㅎㅎ 그래서 숙소에서 명상하는 시간에 정말 꿀잠잤다...ㅠ 명상해보려고 앉긴 앉은 것 같은데 그 뒤는 왜 기억이... 밥먹는 종소리에는 귀신같이 깨서 밥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한심했음...ㅠㅠ

장거리비행에서 기내식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 밥먹는 재미밖에 없었다규

 

하지만 새벽 4시 기상은 10일 내내 쭈욱 지켰다.

새벽명상만큼은 꼭 하리라고 다짐했기에 명상홀 가서 조는 한이 있더라도 명상홀로 가서 새벽명상 했다.

 

그리고 3일차까지 여러 부정성이 올라왔다.

강하게 올라오는 나의 부정성으로 인해 집에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나 일단 끝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눌렀다. 

분명히 10일코스 끝까지 마친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 부정성들은 담마에 관한 것, 수행법에 관한 것, 수련생에 관한 것 등 다양했다.

담마, 수행법에 관해 자세하게 블로그에 적는 것은 아직 위빳사나 명상을 접하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편견을 갖게 할 수 있으므로 적진 않겠다.

 

여러 부정성들은 시간이 갈수록 많이 해소되었다.

다른 것들에 대한 부정성은 최종적으로 나에 대한 부정성으로 귀결된다.

최후에는 화살이 나에게 꽂힌다.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것을 찾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

 

가령, 앞서 말했듯이 숙소의 방문이 쾅쾅 닫히는데 숙소에서 명상할 수 있는 시간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주의 문구가 숙소 벽에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쾅쾅 닫는 수련생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바람때문에 실수 였겠지 했지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때 진하게 올라오는 나의 부정성.

아니, 명상홀에서 애를쓰며 명상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나? 이런 생각.

명상홀을 나오자 마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부주의한 수련생이나

그 소리에 평정심을 잃고 부정성에 휩싸이는 수련생이나 (나)

... 명상하는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결국에는 명상하러 와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내가 싫어진다!

이런 사소한 것에 평정심을 잃고 부정성에 휩싸이는 내 자신이 제일 싫어진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부정성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 소리조차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나다.

그 소리에 의미를 더한다. 그냥 문이 닫히는 쿵 소리일 뿐인데..

그 소리에다가 실체없는 의미를 더하는 것은 나다.

이기적인 소음이라는 누구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는 의미. 

이렇게 실체없는 부정성에 휩싸이는 것 자체도 무상하게 느껴질 때 즈음 문소리는 더이상 나지 않았다.

내가 더이상 의미를 두지 않기에 신경을 안 쓰게 된건지, 아니면 수련생들도 점점 더 조심하게 되는건지..

아무튼 나중에는 점점 나의 생각에서 사라져갔고, 이런 부정성에 휩싸였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이렇게 3일차까지는 여러 잡생각, 망상, 부정성, 졸음과 싸우며 시간이 참 더디게 흘러갔다.

그냥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