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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223 한라산 관음사 왕복 코스-구좌상회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다.

한라산은 세 번 정도 다녀왔는데 내려올때마다 다시는 한라산 안온다 다짐하며 내려오지만,

잊을만하면 또 끌리는 한라산.

 

설경이 아름답다는 기사를 접하고, 뭐에 홀린듯이 탐방예약을 했다. 그것도 관음사 코스 정원 399/400중에 문닫고 예약을 했는데 설경은 전혀 보지 못했다는 슬픈이야기..

백록담보다는, 한라산 설경을 고대했던터라 실망이 컸다.

게다가 내려다보이는 제주시내는 미세먼지 뷰...; 운해를 보겠거니 했지만 미세먼지가 까맣게 보였다. 

 

전날밤부터 아오지탄광 끌려가는 사람처럼 시름시름.. 가기 싫은 마음이 커졌다.

아는 고통이 무섭지.. 지난 한라산 등반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지독히도 긴 그 길.

게다가 뷰는 영실코스마도 못한 뷰..

사실 좀 불안하긴 했다. 요근래 제주가 너무 따뜻해서(봄날씨 수준) 눈이 녹았을지도? 하는 걱정이 스쳐지나갔지만 한라산은 추워서 안녹았을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ㅠ

 

5시 10분정도 숙소에서 출발, 한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가는데

깜깜한 중산간도로는 정말 무서웠다.

귀신같은 형체를 보기도 한 것 같지만 이것은 내 두려움이 만들어낸 착각이겠지?

특히 도로 옆 뺵뺵히 솟은 삼나무들은 낮에도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데 밤에는 더했다.

 

정확히 새벽 6시 7분 등산 시작

마스크 필 착용! 워머만으로는 출입금지다.

랜턴역시 필수였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조금씩 보였다. 

다른사람들의 랜턴 불빛 덕분이었는지.. 점점 사람들간의 격차가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씩 보이는 시야에 

그냥 홀린듯이 올라갔다. 내려올 때 보니까 이길을 어떻게 깜깜한 가운데 올라왔나 싶더라.

랜턴 꼭 가져가야한다!

 

7:05 탐라계곡 쉼터쯤 가니까, 날이 밝은 것 같다.

화장실 한번 가주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아이젠 착용하길래 나도 아이젠을 꺼내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착용해보는 아이젠.. 아이젠 끼니까 발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8:43 삼각봉대피소 도착

내가 상상한 설경 없음. 삼각봉의 위엄만 있을뿐...

화장실을 또 가줌.. 먹은것도 없는데 괜히 화장실만 가는듯? 긴장했나...

 

마의 계단구간...

무념무상 하나씩 올라갔다.

 

10:20 정상 도착

백록담 안녕. 눈이 조금 덮여있었다. 이젠 정말 마지막으로 보는거야...너.

일찍 출발한 덕에 일찍 도착해서 그런가 비석 사진찍는 줄은 길지 않았다.

서로서로 찍어주는 훈훈한 풍경. K-정

40분동안 잘 즐기다가 다시 하산 시작.

힘들게 올라간터라 쉽게 내려오고 싶지 않았어 

 

이때부터 시간체크 잘 안해서 삼각봉대피소에 한 11시 15분? 이쯤 도착한것같은데

그때부터 정상으로 가는 건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아마 동절기라 백록담에서 하산해야 하는 시간이 빨라져서 그런 것 같다.

 

탐라계곡쉼터에 다 도착하지 못했는데 못참고 아이젠 벗어던져버림.

무릎이 너무 아팠다.

아이젠 빼자마자 미끄러질뻔; ㅎㅎㅎ 조심조심 내려갔다.

 

15:00 하산완료.

목표는 3시 전에 도착하는 거였는데, 쉬엄쉬엄 내려간터라 더 늦어질 것 같았지만 3시 도착했다.

역시 하산길매직. 

그러나 내 무릎은 아작난 느낌.. 

 

챙겨간 바나나2, 귤2, 에너지바1, 사탕1, 빵1, 꿀바른 호두 한주먹, 보온병 물

물만 조금 남겨오고 모두다 클리어. 

많이 챙겨갔나 싶었는데 딱 적당했다. 너무 힘들어서 뭐 많이 안들어간다... 

초반에는 갈증이 많이 나서 물이 부족한거아닌가 걱정했는데 내려갈 때는 갈증이 안났다. 귤먹어서 그런가?

등산할 때 귤은 정말 최고다. 당분과 수분 모두 내게 선사한다.

 

스패츠는 좀 필요없었던 느낌.... 그래도 모르니까 하면 좋지.

스틱필수필수필수, 특히 무릎 안좋은 사람들.

스틱 안하고도 오르는 분들 많이 계셨지만 내 약한 무릎을 보호하고자 스틱을 열심히 짚었다.

이 덕분인지 다음날 여파가 생각보다 안 심했다.

호랑이연고 덕도 있었겠지?

 

잠자고 일어나는 게 두려웠는데, (저번에 다음날 걷기가 힘들정도로 아팠던 기억)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성판악으로 내려올까 하다가 다시 택시타고 관음사주차장으로 가는것도 귀찮고

이미 설경은 텄다 싶어서.. 그냥 관음사로 내려왔는데 잘한것 같다.

 

내려오고나서 도가니 아작난 느낌 빼고는

그래도 즐거웠던 등반ㅎㅎㅎ

 

자연은 인간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든다.

 

절대 다시 안와 이래놓고 나중에 한번은 더 올듯...;

 

돌아오는 길에 힘들어서 그냥 갈까 하다가 가는 길에 구좌상회가 있길래 당근케이크 포장해옴.

다들 예쁘게 예쁘게 입고와서 열심히 사진찍는 장소인듯

당근케이크는...기대했는데 기대에는 못미쳤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