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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덕유산 눈꽃산행, 눈꽃찾아 재난영화...

지난번 한라산 관음사코스 눈꽃 산행 대실패 이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전부터 궁금했던 덕유산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올겨울은 그냥 포기하자 했다가, 요근래 뜬금없이(?) 눈이 꽤 많이 내려 내가 원하는 조건 3박자를 갖춘 날을 정할 수 있었다. (3박자: 눈 온 다음날일 것 + 미세먼지 보통 이상일것 + 맑을 것) 

지난 한라산 눈꽃산행실패의 교훈을 통해 얻은 3가지 조건이다. 

 

자연의 조건은 너무나 완벽했으나

인간의 조건은 열악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았다...(코로나증상 아님, PMS관련!)

그래도 강행했다. 최악의 컨디션은 아니니까, 의지로 극복해내자! 하며 출발.

 

덕유산탐방소 주차장을 검색해보면 자꾸 구천동 5000원 주차장 글이 많이 나와서 왜 그럴까 궁금했다. 무료주차장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걸까...? 좀 걱정. (초보운전자)

그런데 무료주차장이 너무나 쾌적하게 존재했다. 아예 무료개방이라고 크게 써붙여놨다. 심지어 유료주차장과 그리 멀지도 않았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리조트무료셔틀버스가 아예 무료주차장에 정차를 하니까 더 좋았다. 비싼 곤돌라값 하는구나~!

 

주차를 하고 내렸는데 심한 강추위...내가 원하는 조건에는 날씨까지 따뜻하길 바라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따뜻하면 눈녹을까 노심초사..ㅎㅎㅎ 참 신기했던 건 혈액순환의 문제가 있는건지 왜 손가락만 미친듯이 시려운거니 장갑껴도..

생각보다 무척 추운 날씨에 서둘러 걸었다. 좀 열이 날까 싶어서.. 

 

#구천동어사길

와... 나름 이름있는 산인데 거의 평지네. 이렇게 편안하고 자애로운 산이 있다니? ㅋㅋ 룰루랄라 신나게 걸음. 초코바까지 먹으면서 여유만끽. 다만 돌길이라 좀 주의필요. 그러나 나는 돌길과 흙길이 좋다. 옆쪽으로는 따로 또 쭉 뻗은 길이 있어보였는데 흙길은 아닌 것 같았다. 흙길인가?? 그 길로도 많이들 올라가셨다. 어차피 두 길 모두 백련사에서 다 만나는듯!! 돌길이 싫으신 분은 어사길말고 더 편안한 길로 가면 될 것 같다. 거의 경사가 0이라 이것은 산행인가 둘레길 걷기인가 헷갈릴때즘 백련사가 눈에 보였다.

 

#백련사 이후부터가 진짜 등산 ㅎㅎ

계속 평지를 걸었더니 덕유산을 너무 쉽게 봤지..ㅋㅋ 눈도 얼지 않고 뽀드득뽀드득 푹신하다고 생각해서 아이젠 착용 안한게 화근이었지.. 아이젠 끼는 타이밍을 놓치고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은 길에 그냥 강행해서 올라가는데 어라.. ?

 

한번씩 앞으로 미끄러지기 시작. 계속된 경사에 다리힘은 약해져가고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발은 푹푹 빠지고 또 스패츠도 안하고 갔던터라..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신발속으로 들어가기 시작.

자꾸만 손가락 시려운건 말썽이지. 거의 마비지경; 미끄러지면서 손은 계속 눈에 젖지.. 음..... 서서 끼려니까 이 강한 탄성력을 지닌 아이젠은 도무지 껴지질 않지. 

누가보면 혼자 히말라야에서 재난영화 찍는줄. 아니 무슨오기니? 계속 넘어지는데 왜 아이젠을 가방에서 안꺼내니??

왜 다른 사람들이 백련사에서부터 아이젠을 끼는지 알겠지. 대세를 따르자; 

한라산때 너무 일찍 아이젠 껴서 무릎아팠던 기억에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한 여섯일곱번은 넘어진 후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이젠 앞쪽이라도 억지로 그냥 꾸역꾸역 등산화에 밀어놓고 찍찍이로 신발끈에 고정시켜서. 그래도 안미끄러지더라.. 아이젠 위력 새삼 느꼈다. 아니 이렇게나 편하고 좋은걸 크흑 ㅠ 게다가 한라산때와는 달리 눈이 많이 쌓인 덕유산에서는 무릎도 안아팠다. 

아 그런데 왜이렇게 힘든건지. 경사는 왜이렇게 높게느껴지는지? 왜 한라산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 역시 내 몸 컨디션이 중요한거구나. 컨디션이 안좋으니 배로 힘드네. 심지어 눈꽃도 없어..뭐야 뭐야 나중에는 막 씩씩거리면서 올라가던 찰나에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아름다운 눈꽃들

이때부터 힘든거 사라지고 감탄 시작. 미쳤다 이말만 계속 나옴. 눈꽃 처음보는것도 아님서 이런다. 나는 스위스 풍경보다 덕유산 풍경이 더 좋았다. 스위스는 나무들이 너무 거대해서 그런가 실제로 보고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진짜 아닌 느낌? 덕유산 나무들은 나뭇가지가 참 얇은데도 불구하고 촘촘하게 피어있는 눈꽃들. 몽글몽글 미쳤다!! 손가락 동상인지 뭔지 거의 움직여지질 않는데 안간힘을 써서 사진찍음. 

 

#향적봉대피소

와. 여기 도착하니까 사람들 진짜 많았다. 올라올때는 정말 없었는데... 평일이라서 한산하구나 생각했던건 나의 착각

그리고 대피소부터는 정말 정말 눈꽃의 향연. 절경이다.

 

#설천봉가는길

설천봉가는길은 정말.. 이 세상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다만 사람이 정~말 많아서 놀이동산 줄서있는줄;

길이 좁아서 그렇게 느껴지는듯. 아니면 오늘 다들 눈꽃 절정이라고 생각하고 많이들 오셨나보다. 사람생각은 거의 비슷하니까..

추위만 아니면 더 오래 있고 싶었다. 

 

#곤돌라 

하행 편도 14,000원 실화입니까. 심지어 지금 왕복권 사전예약하면 15,800원인가 그럼. 하행 편도권은 사전예약 필요 없음.

하긴 곤돌라입장에서는 하행도 왕복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니 근데 생각보다 엄청 길고 속도가 빨라서 고소공포증 있는 나로써는 소리지르고 난리; 이게 무슨 ㅋㅋㅋㅋ....  

리조트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서비스가 있으니까 그거 생각하면 비싼거 아니라고 생각해보자.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서 금방 버스타고 구천동주차장으로 복귀(시간표는 곤돌라탈때 매표소에 붙어있음.)

 

#등산코스를 정리해보면

구천동어사길-백련사-향적봉대피소-향적봉-설천봉

등산중간중간 표지판에 대략적인 소요시간이 안나와있어서 좀 답답했다. 

나의 경우(평지는 조금 서둘러 걷고 오르막길,내리막길은 한없이 천천히 스타일)에는

탐방입구-백련사: 약 90분 소요

백련사-향적봉대피소: 약 115분 소요

이후는 감상하느라 시간 측정하는 것이 무의미...

 

#드는 생각은

어차피 눈꽃은 설천봉-향적봉 구간이 환상이니 등산을 굳이 하지 않아도 왕복 곤돌라타고 구경해도 좋겠다는 생각..

그냥 나는 운동삼아 올라갔다.... 

초입이 계속 평지길래 너무 마음을 놓았나. 백련사 이후부터는 음....... 왜이렇게 힘들었을까나.

 

설산하면 덕유산, 왜 유명한지 알았다. 또 가고 싶다.. 하지만 곤돌라 타고갈래 훌쩍.

덕유산은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고맙고 행복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