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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리산> 혼자 세석 1박 2일 화대종주1

평화로운 구례에서 도가니를 아끼며(?) 여유를 즐겼다.

보이차를 주는 게하로 유명한! 다락방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예약자는 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래서 사장님께서 특별히 다도시간을 앞당겨주셔서 보이차를 즐길 수 있었다.

종주한다고 말씀드리니, 내일 새벽 일찍 나가야 하는 것을 배려해주신것이다.

참 감사했다.

 

향긋한 보이차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도 완벽했으며

종주에 앞서 걱정이 많은 내게 짧고 굵직한 사장님의 담담한 조언이 큰 힘이 됐다.

화엄사까지 갈까하다가 조금이라도 무릎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동네만 산책했다.

걷다가 반달곰 동상을 보았는데 제발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빌었다.ㅎㅎㅎ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예약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나가보니 정말 엘프같은 분이 계셨다. 넘나 반가워서 수다떨다가

국공직원분도 만나게 되어 또 궁금한거 이것저것 여쭤보다가

반달곰 사진도 구경하게 되었는데 진심 귀여운 것이었다. 물론 사진으로만!!!

절대 내 앞에는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또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내 검색기록을 확인해보니

 

종주 반달곰

종주 뱀

혼자 종주 xxx..

 

등등의 쓸데없는 걱정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럴거면 종주를 왜 해? 왜 하고 싶은 것일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지리산 종주는 내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도대체 왜 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도 굳이 화대종주를. 

왜 하고싶은지 그 정당성을 찾기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고 해야하나?

살면서 평지도 47키로 가량을 걸어본 적이 없는 내가 그런 상황에 마주했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도 궁금했고.

지리산이라는 산을 오랜시간 느끼고(?) 싶기도 했고.

힘들기로 소문난 대원사 하산길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

 

아무튼 호기심? 하고 싶은 마음이 걱정을 앞섰다.

 

원래는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하고 10월에 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서 내가 준비를 열심히 할 것 같지도 않고, 

그 사이에 뭐 얼마나 더 체력이 길러질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수도 있겠다 싶어서

 

날씨를 봤는데 넘나 좋은 것이었다. 지리산에 구름없이 해쨍쨍만 있는 날씨예보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급하게 구례로 온 것이다.

 

잠을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전혀 오질 않았다.

겨우겨우 한 이십분 잤나…

엘프같은 분이 그 새벽에 나를 화엄사까지 태워다 주셨다. 정말 정말 감사했다.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이 분의 선의를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엄사까지 걸었으면 한 35분은 걸렸을 것이다. 

 

그렇게 정신차려보니 화엄사등산로 입구에서 3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산 시간 준수 철저!

입구 너머는 깜깜한 어둠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에 별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