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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리산> 혼자 세석 1박 2일 화대종주3

다음날 촛대봉 일출을 보기 위해 일출 시간에 맞춰 세석대피소를 떠났다.

생각보다 너무 잘 잔것 같아서 (아마도 코를 심하게 골았을걸로 추정..죄송합니다ㅠ ㅠ)..끄응

자고 일어나면 다리가 더 아플거라 예상했지만, 세석찜질방 효과인지 전날보다 훨씬 더 컨디션이 괜찮았다.

아예 못 걸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쬐금 했었는데 기우였다.

 

등산하면서 웬만하면 뒤를 잘 안돌아보는 편인데

뒤돌아서 세석대피소를 바라보았는데 아련하면서도 든든하면서도 고맙고..ㅋㅋㅋ

 

촛대봉 일출은 아름다웠다.

날씨가 정말 좋았기때문에 또렷한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

천왕봉과 어우러진 일출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갈길이 멀다~! 자 다시 천왕봉을 향해갔다.

중간에 또 길 좀 헤매주시고...지리산처럼 길 헤맬일 없는 산에서도 이런다@@

가는 길에 촛대봉 일출 때 뵈었던 분들과 갑작스러운(?) 동행을 하게됐다.

대원사로 하산하는 분들이라 더 반가웠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귀한 라면도 선사해주셨다..

산에서 얻어먹는 건 넘나 죄송한 일이다. 그 무거운걸 이고 지고 오셨을텐데.

라면은 최고로 꿀맛이었다. 

 

그다음이 연하선경이었나? 아 이래서 종주 다녀온 직후 바로 후기를 써야한다...

아무튼 나는 연하선경은 생각보다 감흥 없었고 종주하면서 실컷 본 지리산의 산그리메가 가장 황홀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천왕봉에 도착했다.

구름 위다. 마음이 뭔가 꿀렁하면서도 날씨가 정말 좋아서 쾌청한 하늘과 몽글몽글 구름과 산그리메와 

그냥 모든게 완벽했다고밖에는...

그저 감사하고.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다 품고 있을까.

한참을 천왕봉 위에서 즐겼다. 거의 1시간은 향유한듯..

 

다시 부지런히 그 악명높은(?) 중봉과 써리봉을 향해서.

하산길이 하산길이 아닌 ㅋㅋㅋ

걱정만큼은 아니었다. 확실히 무박으로 종주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 힘든것같다. 무박으로 종주하시는 분들 다시금 대단.

 

드디어 치밭목대피소 도착.

치밭목대피소도 어지간히 안 나오더라.

이때 웬일로 너무너무 배가 고팠다. 첫날은 배고픔도 잘 안느껴졌는데.

하산길이 다가오니까 점점 긴장이 풀려가는지.. ?

치밭목대피소는 참 평화로웠다.ㅋㅋ 그렇지만 화장실이 계단위에 있다니?!!!?

물 뜨는 곳 아주 멀다..

 

자!!!! 이제 드디어 악명 악명 높은 대원사 하산길 시작이다.

어떤 사람이 그러던데. 국공도 버린 길이라고..ㅋㅋㅋㅋ

처음에는 그래도 어? 관리 잘 되어있는데?! 했지만 갈수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리산의 돌들을 다 갖다가 던져서 버린 길 같이 느껴져다.

그리고 휴대폰 안 터지는 건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조난당해도 신고를 못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곧 지리산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그럼 왕복 하시던가..못할거면서 ㅠ)

 

처음에는 지리산이 어머니같은 산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까 알았다. 왜 어머니같은 산인지.

지리산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포근함이 있다. 뭔가 다 품어주는 것 같은 느낌.

개인적인 느낌이다. 

 

유평마을로 무사히 하산했다.

지난했던 하산길도 끝이 나더라.

 

지리산에서의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힘듦과 통증마저도 생각해보면 내가 종주를 할 수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무사히 화대종주를 마친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솔직히 조금 충동적으로 떠난 것이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여 중탈감안하고 도전한 것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컨디션이라는게 완벽하게 내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지리산과 교감하며 종주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종주했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

하지만 이 또한 역시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이다. 인간중심적인 사고.

지리산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이것이 지금 내 마음의 전부다.